박원순 고소인 측 "4년간 위력에 의한 성추행…수위 점점 심각"

박원순 고소인 측 "4년간 위력에 의한 성추행…수위 점점 심각"

아이뉴스24 2020-07-13 15:31:37 신고

[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던 전직 비서 측이 "이 사건은 박원순 전 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4년간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전직 비서 A씨의 변호인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13일 오후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며 박 시장의 사망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게 됐지만 진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지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인의 시민 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A씨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시장이 2017년부터 속옷차림의 사진이나 음란한 문자를 발송하는 등 지속적으로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10일 오전 0시께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며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날 "비서가 시장에게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해 신체를 접촉하거나 사진을 전송하는 등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한 피해가 4년 동안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제에 대해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고, 부서를 옮긴 뒤에도 성추행 피해가 계속됐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이 소장은 "본인 속옷 차람 사진 전송, 늦은 밤 비밀 대화 요구, 음란 문자 발송 등 점점 가해 수위가 심각했다. 심지어 부서 변동이 이뤄진 후에도 개인적 연락이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해자는 수사와 재판을 제대로 거쳐서 응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수 있기를 원했지만 피고소인(고 박원순 시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피해자는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소인이 망인이 돼 형사고소는 더는 진행하지 못한다"면서도 "이 사건은 결코 진상 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앞으로는 피해를 입고도 숨죽이며 살지 않기 위해 위력 성폭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만연한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인권회복의 첫 걸음"이라며 "경찰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입장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한 A씨의 입장 전문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 헤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이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상연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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