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쩐의 전쟁' 이어간다

동학개미, '쩐의 전쟁' 이어간다

아이뉴스24 2020-09-11 16:44:47 신고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서는 등 ‘동학개미’를 필두로 한 주식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뉴딜펀드 조성, 공매도 금지 연장, 거래수수료 인하 등에 힘입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쩐의 전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자료=한국거래소]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의 9월 일평균 거래대금(10일 기준)은 32조7천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뛰어들며 일평균 거래대금이 4월에 처음으로 20조원의 벽을 뚫었고, 8월(31조36억원)에는 30조원도 넘어서며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이는 지난해 8월(8조5천937억원)보다 260%나 늘어난 것으로 국내 증시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거래대금 증가세는 좀처럼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모습이다.

◆증시, 넘치는 유동성…개인 주식투자 열풍 효과

그 중심에는 거래량의 80.2%를 차지하는 동학개미가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하루 22조원에 달하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지난달 31일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시장에서 역대 최대인 1조6천376억원 어치를 내다팔았지만, 개인이 1조5천791억원을 받아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도 지수하락을 방어하는 등 과거 '외국인 매도=증시 하락'이라는 공식이 보란 듯이 깨지고 있다. 동학개미가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학개미의 실탄은 충분하다. 현재 투자자 예탁금은 57조원이다. 지난달 31일 처음 60조원을 돌파한 뒤 이달 4일에는 63조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공모주 광풍이 부는 가운데 지난 1~2일 카카오게임즈 청약을 위한 자금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게임즈의 공모금액(3천840억원)을 제외한 증거금 58조2천억원이 환불됐지만, 이 중 상당 금액은 여전히 고객예탁금(16조원)과 CMA(13조원)의 형태로 증시에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IPO 대어가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있어 국내 증시 유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뉴딜펀드, 공매도 제한, 수수료 면제…투자심리 ↑

최근 정부가 뉴딜펀드를 조성하는 등 국내 유동성의 자본시장 유입을 적극 장려중인 점도 증시의 유동성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꼽힌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정책, 주식시장 세제 개편, 뉴딜펀드 조성 등을 감안하면 정부는 유동성을 증시로 유입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공모주 청약 열풍 등을 고려할 때 개인들이 증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거래대금이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공매도의 제한조치 연장 결정과 규제 강화 움직임도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 제고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를 내년 3월까지 추가 연장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공매도 규제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총 6건의 공매도 관련 규정을 담은 자본시장법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대부분 공매도할 수 있는 종목을 제한하고 관리 강화와 규정 위반 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과도한 공매도 규제가 시장가격 기능을 저해하고 버블을 조장할 수 있다며, '동학개미 민심 달래기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일부 종목의 주가상승 여력을 제한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 중 하나라며 비판해 왔다. 공매도가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됐던 만큼 제한조치 연장과 규제 강화 움직임은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데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말까지 주식매매거래 수수료 인하 혜택도 누리게 됐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오는 14일부터 연말까지 주식거래수수료(0.0027%)를 전액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1천만원 거래할 때 270원을 떼는 정도의 적은 액수지만 증권사의 HTS와 MTS 수수료 인하로 이어지는 만큼 투자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거래소는 과거 3차례 수수료를 면제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 주가 급락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때 증시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꺼내들었던 카드다. 코로나19로 국내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증시만 놓고 볼 때 전례가 없을 만큼 활황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결정이다.

◆"유동성 랠리,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경계 목소리도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크게 유입되며 국내 증시의 유동성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랠리가 이어지려면 꾸준한 신용공여 잔고 증가와 금리하락이 필요하지만, 최근 신용공여 잔고 상승세가 주춤하고 시장금리도 반등하고 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상황과 유사했던 2007년에 신용공여 잔고 급증이 끝나고 시장금리가 상승하며 증시 상승세가 둔화됐고,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했다"며 "지금 금융위기가 임박했다고 볼 수 없지만 현재와 유사한 시장상황을 보였던 만큼 유동성 랠리 끝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여전히 소극적인 것도 국내 증시가 유동성 랠리를 이어가는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1개월 간 업종별 외국인 매매를 보면 IT, 자동차, 화학 등 주요 이익개선 업종에 대한 순매도가 두드러진다"며 "2분기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기대치보다 양호했고, 하반기에도 지난해보다 큰 폭의 이익 증가가 예상되지만 외국인의 매수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종성기자 stare@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