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김지희 박한나 인턴기자 = 강원 춘천시가 '환승센터 도입'과 '시내와 읍·면 노선 분리'를 핵심으로 56년 만에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했으나 노약자들이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환승 체계에 시내를 오가는 마을버스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시가 새해를 기점으로 일부 조정한 노선에서도 마을버스는 제외돼 '개편이 아닌 개악'이라는 불만이 쏟아진다.
지난 2일 오후 중앙시장환승센터는 60∼80대 노인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읍·면 지역 거주자인 노인들은 영하권 강추위 속에서 적게는 30분부터 많게는 2시간까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환승은 곧 지옥"이라며 하나같이 '환승센터 도입'에 불만을 쏟아냈다.
환승을 하기 위해서는 교통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현금 사용이 익숙한 노인 대다수가 요금을 '두 번' 내고 있었다.
"교통카드가 뭔지 노인들이 어떻게 알아. 결국 요금 두 번 내는 거지. 그렇다고 시에서 교통카드 발급 안내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북산면에 사는 신모(84) 할머니는 "노인을 위한 배려가 없다"며 혀를 찼다.
김모(70·신북읍) 할아버지는 버스 노선 개편 이후 병원에 가는 일이 줄었다.
병원 바로 앞에서 내려줬던 버스가 사라진 탓에 마을버스를 타고 환승센터에 내려서 15분 넘게 병원까지 걸어가거나 20∼30분을 기다려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할머니 2명은 '걷다가 죽느니 따듯하게 죽겠다'며 병원 방문을 포기했을 정도라고 한다.
김 할아버지는 "한겨울에 아픈 다리를 이끌고 어떻게 병원을 가고, 시장을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개편 이후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참을 토로했다.
시내에 사는 박모(72) 할머니 역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 할머니는 노선 지도를 뚫어지게 쳐다봐도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시청에 문의했으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노선 확인이 편리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중장년층은 버스 사용도 하지 말라는 거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버스 대부분이 출퇴근 시간 운행하지 않는다.
읍·면에 거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로서는 출근길이 고생길이나 다름없다.
서면에 사는 한 대학생은 "저녁 시간 집에 가는 마을버스가 8시 5분 단 한 대뿐이라 결국 택시를 탄 적도 있다. 춘천에선 차 없으면 서럽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기존 운행 방식으로 되돌려놔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는 마을버스 운행 노선을 짧게 하고, 환승 구간을 늘려 출퇴근 차 막힘과 버스 배차 간격 문제를 대처하겠다고 했으나 언제쯤 개편될지는 미지수다.
시는 일단 지속해서 시민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애초 기획한 환승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건 어렵고, 빠르면 2월 중순을 목표로 마을버스 노선을 조정할 계획"이라며 "보다 빨리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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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1/04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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