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은 곧 지옥" 춘천 시내버스 개편에 교통약자 '분통'

"환승은 곧 지옥" 춘천 시내버스 개편에 교통약자 '분통'

연합뉴스 2020-01-04 07:00:05 신고

배차 간격 커 강추위에 1∼2시간 기다림 허다…"병원·시장 어떻게 가라고"
춘천시민들 '버스 언제 오나…'
춘천시민들 '버스 언제 오나…'[촬영 김지희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김지희 박한나 인턴기자 = 강원 춘천시가 '환승센터 도입'과 '시내와 읍·면 노선 분리'를 핵심으로 56년 만에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했으나 노약자들이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환승 체계에 시내를 오가는 마을버스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시가 새해를 기점으로 일부 조정한 노선에서도 마을버스는 제외돼 '개편이 아닌 개악'이라는 불만이 쏟아진다.

지난 2일 오후 중앙시장환승센터는 60∼80대 노인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읍·면 지역 거주자인 노인들은 영하권 강추위 속에서 적게는 30분부터 많게는 2시간까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환승은 곧 지옥"이라며 하나같이 '환승센터 도입'에 불만을 쏟아냈다.

환승을 하기 위해서는 교통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현금 사용이 익숙한 노인 대다수가 요금을 '두 번' 내고 있었다.

"교통카드가 뭔지 노인들이 어떻게 알아. 결국 요금 두 번 내는 거지. 그렇다고 시에서 교통카드 발급 안내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북산면에 사는 신모(84) 할머니는 "노인을 위한 배려가 없다"며 혀를 찼다.

한참을 기다린 마을버스
한참을 기다린 마을버스[촬영 김지희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김모(70·신북읍) 할아버지는 버스 노선 개편 이후 병원에 가는 일이 줄었다.

병원 바로 앞에서 내려줬던 버스가 사라진 탓에 마을버스를 타고 환승센터에 내려서 15분 넘게 병원까지 걸어가거나 20∼30분을 기다려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할머니 2명은 '걷다가 죽느니 따듯하게 죽겠다'며 병원 방문을 포기했을 정도라고 한다.

김 할아버지는 "한겨울에 아픈 다리를 이끌고 어떻게 병원을 가고, 시장을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개편 이후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참을 토로했다.

시내에 사는 박모(72) 할머니 역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 할머니는 노선 지도를 뚫어지게 쳐다봐도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시청에 문의했으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노선 확인이 편리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중장년층은 버스 사용도 하지 말라는 거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춘천시 버스노선 개편…마을버스 첫 운행
춘천시 버스노선 개편…마을버스 첫 운행[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버스 대부분이 출퇴근 시간 운행하지 않는다.

읍·면에 거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로서는 출근길이 고생길이나 다름없다.

서면에 사는 한 대학생은 "저녁 시간 집에 가는 마을버스가 8시 5분 단 한 대뿐이라 결국 택시를 탄 적도 있다. 춘천에선 차 없으면 서럽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기존 운행 방식으로 되돌려놔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는 마을버스 운행 노선을 짧게 하고, 환승 구간을 늘려 출퇴근 차 막힘과 버스 배차 간격 문제를 대처하겠다고 했으나 언제쯤 개편될지는 미지수다.

시는 일단 지속해서 시민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애초 기획한 환승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건 어렵고, 빠르면 2월 중순을 목표로 마을버스 노선을 조정할 계획"이라며 "보다 빨리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버스 기다리는 춘천시민들
버스 기다리는 춘천시민들[촬영 김지희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conany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1/04 07:00 송고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