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키노의 메롱_요주의 물건 #47

모스키노의 메롱_요주의 물건 #47

엘르 2020-09-16 21:00:00 신고

이번 시즌 모스키노 컬렉션을 보며, 대체 저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 저 차림은 무엇인가, 생각했다. 샹들리에 밑을 걸어오는 공주님들의 스커트는 심지어 미니스커트였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패니어(스커트를 펼치기 위해 사용한 고래 뼈 등으로 만든 테 또는 그것을 사용해 펼쳐진 스커트) 드레스에 1960년대의 급진적인 미니스커트를 접목시킨 룩은 아무리 양보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모스키노 컬렉션을 보다 보면 누군가를 놀리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데, 이번엔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과장된 드레스, 옷과 가방에 그려진 순정만화 캐릭터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델들이 들고 나온 바게트 빵과 케이크 조각(“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던 그녀의 말을 떠올려 보라)! 제레미 스캇은 옷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1870년대와 지금, 무엇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생각해 보라고.




모스키노의 창립자 프랑코 모스키노의 이력은 독특하다.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밀라노 국립미술원에 입학한 뒤, 돈을 벌기 위해 패션 하우스와 패션 잡지에 일러스트레이션을 기고하면서 패션계에 발을 들인 것. 졸업 후에는 베르사체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보조 디자이너로, 또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기도 했다. 그가 모스키노 하우스를 설립한 건 1984년의 일이다.

프랑코 모스키노의 1986 F/W 컬렉션. Ⓒ게티 이미지



“옷은 우리의 정신을 보여주는 스크린이어야 한다”라고 믿었던 그는 사회적인 이슈를 디자인에 접목하곤 했다. 세계 평화를 위한 반전 심벌과 에이즈 퇴치를 위한 노란색 스마일 심벌을, 사회적 차별 반대를 외치는 하트 심벌을 자주 사용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에는 벽돌 모티프를 디자인에 접목하고, 패스트패션을 염려하고 노동자들의 문제와 환경문제를 자주 거론했다.




그는 경계를 넘는 디자이너였다. “이성적이고 비이성적인 것,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남자와 여자 모두 동전의 양면과 같다”라고 여겼다. “그 모든 조각을 섞어 퍼즐을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옷을 볼 때마다 숨은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마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그저 가벼운 유머라고 여기고 웃어넘길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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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뒤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 김자혜 작가의 ‘요주의 물건’은 매주 수요일에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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