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12만원 '껑충'⋯정부 지원금과 교복값의 비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12만원 '껑충'⋯정부 지원금과 교복값의 비밀

로톡뉴스 2019-12-28 11:23:13 신고

이슈
로톡뉴스 박선우 기자
sw.park@lawtalknews.co.kr
2019년 12월 28일 11시 23분 작성
"1인당 교복값 30만원 지원" 계획 발표되자 업체들 일제히 가격 인상
업체들의 가격 '담합'이어도 처벌은 어렵다는데⋯
전라남도 교육청이 "1인당 교복비를 30만원 지원하겠다" 발표한 후 교복값이 일제히 비슷한 가격으로 올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A업체 교복값 17만5000원(2018년) → 30만원(2019년)
B업체 교복값 17만원(2018년) → 38만5000원(2019년)

전라남도의 교복 공동구매 입찰에 참여한 교복 업체들의 최종 낙찰가다. 1년 사이에 무려 12만원 가량이 뛰었다. 같은 지역의 다른 업체들의 가격 또한 비슷하다. 같은 점은 또 있다. 낙찰 금액이 '30만원대'라는 점이다.

교복 재료가 되는 원단 물가나 옷을 만드는 공임비가 1년 만에 확 뛴 게 아닌데, 왜 '한마음 한뜻'으로 가격을 올렸을까. 우연의 일치일까.

힌트는 전남 교육청의 지난 25일 발표에 있다.

"내년부터 고등학교 신입생들에게 1인당 교복비 30만원을 지원합니다." 업체들도 일제히 30만원에 맞춰 납품 가격을 올렸다. 정부는 지원금으로 교복값 부담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예년보다 비싼 값으로 교복을 사게 된 것이다. 교복업체들만 배부르게 해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비판 중에는 "엄연한 교복값 담합"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만약 업체가 정부 지원금을 바라보고 가격을 올린 것이라면, 정부의 정책을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들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교복 업체들 담합했다면 "형법⋅공정거래법 적용 가능"

업체들의 교복값 인상이 정부의 '무상 교복 정책'을 방해한 측면이 있으니 공무집행방해가 되진 않을까.

사안을 검토한 법무법인 로이의 주명호 변호사는 "그렇게 보긴 어렵다"고 했다. 주 변호사는 "교복 지원금에 대한 상한선이 각 지자체에 의하여 발표된 상황에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교복업체가 그 지원금의 상한선에 따라 교복값을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상 교복 정책에 대한 집행 방해, 즉 공무집행방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로이의 주명호 변호사. /로톡DB

하지만 담합행위로는 처벌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주명호 변호사는 "학교별 교복이 전부 다름에도 불구하고 교복 가격이 일정하게 30만원으로 변동됐다면, 교복 업체 간의 담합행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어 형법상 경매입찰방해죄와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는 해당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우리 법은 형법 제315조(경매, 입찰의 방해)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를 통해 경매와 입찰의 공정성을 보호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형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과징금 납부 명령 등에 처한다.

법 적용은 가능해도 처벌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

형법이든 공정거래법이든 상당히 무거운 형량이다. 하지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담합의 입증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①어려운 담합 입증

담합은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가격 수준이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담합의 결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의 교복값이 지난해와 달리 유달리 올해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하게 인상됐다고 해서, 그런 정황만 갖고 담합을 인정할 수 없고, 업체들이 교복값 결정과 관련해 서로 의사를 주고받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주명호 변호사는 "사업자들 사이에 가격 결정과 관련된 명시적·묵시적 의사 연락이 있다고 볼 만한 추가적 사정이 증명되지 아니하면 가격 결정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실제 공정위가 교복업체의 교복값 인상을 담합행위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②불명확한 피해자

또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급되는 지원금에 대하여 교복업체의 담합행위에 대하여 학부모와 학교가 피해자로 볼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처벌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소라고 했다.

해결책은 공정위 전수조사지만⋯나서줄지는 미지수

이런 담합을 잡아내려면 공정위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봤다. 주명호 변호사는 "전수조사를 통해 교복업체가 교복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것이 정부의 무상 교복 정책 시행에 따른 담합인지, 실제 품질개선을 통해 가격이 상승한 것인지 판단한 뒤에 관련자의 처벌과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그렇게까지 나설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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