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증시 호황’을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추가 상승을 자신한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올해 경이로울 정도로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데다 향후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2단계·3단계 미·중 무역협상과 미 대선 등 증시를 좌우할 대형 변수들이 즐비한 만큼, 조정 장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찮다.
◇다우·S&P, 사상 최고치 ‘랠리’…나스닥 9천고지 사수
뉴욕증시의 전반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올해 들어 30% 가까운 상승폭을 기록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함께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26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8월27일 8000선을 넘어선 이후 불과 16개월 만에 9000선고지를 밟았다. 종가 기준으로 27일 연속 상승에 대한 피로감 누적으로 한 차례 조정을 받기 전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알파벳 등 주요 기술주의 폭발적인 선전에 힘입어 열흘 연속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닷컴버블’때인 1998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반세기만의 최저 실업률(3.5%)과 강력한 소비가 미 경제를 떠받치는 가운데, 미·중 합의가 향후 기업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맞물린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자신의 재임 기간 주가 상승률이 전임 대통령들의 평균치를 압도한다는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의 기사를 인용하며 “새로운 (미·중) 무역합의와 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며 주가 상승을 호언장담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베스포크투자그룹의 보고서를 보면, 역대 대통령들 임기말인 재임 4년 차 때 주가가 오른 경우는 73%에 달했으며, S&P 500지수의 상승률은 평균 5.7%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대로 주가 랠리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무역협상 향배·민주당 좌파후보 부각…‘최대 변수’
최대 변수는 무역협상의 향배다. 라보뱅크는 최근 투자보고서에서 “1단계 합의가 성사됐지만, 무역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1단계 합의의 훈풍이 증시를 자극하고 있지만 2단계·3단계 협상 과정에서 다시 ‘강 대 강’ 충돌이 이뤄질 경우 주가 상승이 이어지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조지프 데이비스도 “미 주식이 내년 대량 매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조정장세를 예상했다. 조정장세란 주가가 10%가량 떨어지는 걸 의미한다.
CNBC방송이 최근 100만달러 이상 투자자산을 보유한 7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내년 S&P 500지수가 최소 5%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지난 6월 65%에서 12월 54%로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자산가가 기대하는 평균 수익률은 4.0~5.9%에 그쳤다.
일각에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진보성향 후보들이 투자은행·상업은행을 분리하는 글래스-스티걸 법 부활, 임원 보상 규칙 강화, 무근거 대량해고 금지 등 월가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만큼 월가가 조직적으로 이들 후보를 배척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CNBC의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36%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14%), 워런 상원의원(8%) 순으로 집계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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