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 열리지 않아 지각대장 만들기 일쑤 ‘고흥 우도’

바닷길 열리지 않아 지각대장 만들기 일쑤 ‘고흥 우도’

투어코리아 2019-12-12 10:50:23 신고

[기획연재] ‘섬’ 어디까지 알고 있니? 이야기가 있는 섬⑪‘모세의 기적’ 만나는 섬여행
고흥 우도
고흥 우도

전남 고흥군의 고흥반도 북서쪽에 있는 ‘득량만’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우도’.

우도의 바닷길은 새벽부터 아침까지 그리고 어두워지기 전 저녁 무렵에 두 번 열린다. 이것을 이곳 주민들은 ‘아침물길’ ‘저녁물길’이라 부른다. 

주민들은 물때에 맞춰 바다와 갯벌에 나가 일을 하고 잡아온 수산물을 육지에 내다 파는데 물때를 맞추다 보니 신선도가 좋아 순천과 고흥의 과역장과 동강장에서 인기가 그만이다. 주민들이 편리하게 생활하기에 안성맞춤인 자연현상이다. 집안 대소사인 결혼식이나 칠순잔치 등은 주로 물이 조금 빠지고 천천히 움직이는 조금 물때로 날을 잡는다.

우도의 노둣길은 지역민에겐 잊지 못할 추억의 길이다. 도로가 완성되기 전에는 물이 빠지면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을 여자는 머리에 이고, 남자는 지게에 지고 걸어서 나갔다. 

이 길로 차가 다니기를 학수고대했다. 노둣길이 미끄러워 장에 고기나 바지락을 팔러 나가는 주민들이 여러 번 넘어지기도 한, 정감어린 추억의 길이다. 

고흥 우도
고흥 우도

또 우도에 초등학교가 생기기 전에는 남양면에 있는 본교에 다녔는데, 바다가 잠기는 시간 때문에 학생들이 등하교를 하면서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던 길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고등학교는 외지에서 다녔는데, 1년에 4분의 1 정도 결석을 했다고 한다.

학교의 등교 시간에 맞춰야 하는데 바닷길이 열리지 않아서 배를 타고 건너야 했고, 바닷길이 열리지 않아 늦어지면 겨울을 빼고는 바지를 벗어 들고 팬티만 입고 건너기도 했단다. 이 때문에 우도 학생들은 ‘지각대장’이란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으려고 추운 겨울에는 살얼음이 낀 노둣길을 조심스럽게 건너기도 했다. 학교가 다 끝났지만 물이 빠지지 않아 기다렸다가 어둠이 내리고 캄캄한 밤에 건너기도 했다. 

20여년 전 비포장도로였던 이 길은 시멘트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길이 좋아져 섬사람들의 육지 나들이가 한결 편리해졌지만, 지금도 하루 12시간 정도는 독립된 섬으로 갇혀 살아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참고도서 이재언 ‘한국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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