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여야 '치킨게임'에 볼모 잡힌 국민

[TF의 눈] 여야 '치킨게임'에 볼모 잡힌 국민

더팩트 2019-12-04 05:00:00 신고

여야의 '치킨게임'으로 국회내 협상은 이어지지 않고, 민생을 볼모로 잡고 있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네 탓'만 있는 국회와 사과받지 못한 부모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국회의장에게 제안한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민식이법을 먼저 상정해서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과 본회의 무산에 이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해당 발언으로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민식이법' 통과를 애타게 기다렸던 부모들의 마음은 무너졌고, 민생법안을 '협상카드'로 생각했던 이들의 사과는 없었다. 여야는 각자 목소리만을 외치며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

치킨게임. 서로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양쪽 모두 계속 달린다면 모두 죽게 된다. 만일 한 쪽이 충돌을 우려해 옆으로 피하면 그 행위자는 겁쟁이가 돼 체면을 잃게 된다. 양쪽 모두 옆으로 피하면 생명은 잃지 않지만, 승리자도 없어 차선의 결과를 얻게 된다. 정치·경제 각 분야에서 양 세력 간 극한의 갈등상황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된다.

20대 국회는 마지막까지도 치킨게임 중이다. 양 극단의 거대 양당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선제적 태도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서로 먼저 피하라고 소리만 지른다. 그 가운데 있는 각종 민생법안, 경제법안은 볼모가 됐다. 사실상 국민을 볼모로 삼은 것이나 다름없다.

오는 10일 정기국회 종료시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제3당인 바른미래당은 "단 하루라도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는 협정을 맺자"면서 마지막 중재안으로 여야의 '한 발 양보'를 촉구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3일 "비례성 강화라는 정치개혁의 요구 앞에서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고, 검찰의 권한을 축소·분산시키자는 마당에 기소권·수사권을 무제한 부여하는 공수처를 고집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극단적인 자세를 버리고 열린 자세로 마지막 협상에 나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의 제안에 민주당은 동의했지만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논의할 거리는 남아있다. 한국당은 중재안에 응답하지 않은 채 기존 주장을 수정·반복했다. 사진은 지난 9월 있었던 여야 3당 교섭단체 회동. /남윤호 기자

민주당은 한국당에게 필리버스터를 3일 저녁까지 철회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바른미래당의 제안대로 필리버스터 철회 이후 주요 민생법안에 대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를 수용했다"며 "한국당은 아직도 필리버스터를 움켜쥔 채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모든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데이터 3법, 유치원 3법, 어린이 교통안전법에 한국당이 응하길 바란다"면서 '마지막 제안'임을 강조했다.

한국당은 민식이법 등 주요 민생법안 처리 불발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입장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5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보장하라"는 태도를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을 향해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원포인트로 처리하자"면서 "공수처 설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무제한 토론하자"고 또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이용해 진정한 토론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나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결국 아무도 모르는 선거법이고, 위헌적 선거법"이라며 "게다가 20대 국회에서 나타난 이합집산형 다당제를 만들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할수 없다"고만 했다.

치킨게임과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양쪽이 모두 회피(양보)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선 '신사 협정'과 같은 신뢰의 기제가 필요하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 협정은 만일 상대가 배신할 경우 자신도 배신할 것을 사전에 알려두는 '경고'를 하면서 약속을 지키게끔 억지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번 국회가 신사협정을 할 수는 있을까. '20대 국회는 최악'이라는 정치권의 푸념 때문인지 회의적인 생각이 앞선다. 갈등과 반목은 끝이 없으며, 대화와 타협은 실종된 지 오래다. 흘러가는 시간에 애타는 이들은 국민밖에 없는 듯 눈물젖은 목소리만 여운이 길다.

"불러주고 싶어도 마음 아파 불러줄 수 없는 우리 아이들, 당신들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됐다. 우리 아이들 이용하지 마라. 당신들이 그렇게 활용하라고 우리 아이들 이름 내준 거 아니다.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들, 국회의원들 당신들이 하라고 주어진 그 자리다. 우리 아이들, 협상카드로 절대 쓰지 마시라. 사과해야 된다. 꼭 사과 받을 거다. 당신들한테 무릎까지 꿇은 우리 아이다. 사과해주시라." -민식이 엄마 박초희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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