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 판결이 줄줄이 쏟아졌다.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전국 곳곳의 법원에서 12건의 판결이 있었다. 이중 병역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 건 단 1건이었다. 나머지 11건은 무죄였다.
로톡뉴스가 판결문 12건을 전수 분석했다.
서울동부⋅서울남부⋅서울북부⋅부산⋅수원지법⋅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모두 12건의 병역법 위반 사건을 선고했다. 피고인 12명은 모두 '여호와의증인' 신도였다.
수원지법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는데, 공통점이 있었다. 크게 세 가지였다
① "종교적 이유" 일관된 진술
무죄가 나온 피고인들은 병역 거부 당시 처음부터 일관되게 "종교적 이유"를 근거로 들었다. 병무청에서도 그렇게 진술했고, 고발된 이후 수사기관 등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의 흔들림 없이 초지일관 같은 주장을 펼쳤다.
② '모태신앙' 등 객관적 정황 증거
이들은 부모님의 종교관에 따라 모태신앙이거나 초등학생 때부터 '여호와의증인' 신도였다. 법정에 서기 전부터 신앙생활을 지속했으며 매달 최소 10시간에서 100시간 이상을 해당 종교의 집회에 참여하는 데 썼다. 주변인들의 진술과 구체적인 사진 여러 장이 이를 뒷받침했다.
③ '전도 활동' 등 독실한 신앙 활동
해외로 전도활동을 다녀왔던 것도 무죄 판단의 근거에 해당했다. 11명 중 절반 이상이 해외 봉사를 갔다오거나, 해당 국가에 전도 활동을 다녀오는 등 독실한 신앙 생활을 해왔다.
지난 21일 수원지법 2심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가 나왔다. 해당 피고인도 '여호와의증인' 모태 신앙인이었지만 유죄였다.
이 재판부의 판단 근거 역시 3가지였다. 근거의 구조가 무죄 선고 때와 매우 유사했다.
① 일관적이지 않은 진술
우선 해당 피고인은 수년 간 병역을 기피하다가, 고발 단계에 이르러서야 "종교적인 이유"라고 진술했다. 처음엔 '질병'이 입영 기피의 이유라고 말했었다. 두 차례 입영기일을 연기할 때도 '질병' 이유를 들었다.
그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질병 사유로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사실대로 양심적 병역 거부라고 말했다가 처벌 받는 게 두려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입영 기피의 목적이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② 독실했다고 보기엔⋯정지된 신도 자격
객관적인 정황 자료도 없었다. 법원에 제출된 피고인의 집회 참여 사진은 4장이 전부였다. 또한 재판에 앞서 여호와의증인 교단은 피고인의 신도자격을 정지했다. 구체적 정지 사유는 판결문에 나오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이 점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이 정도로는 신실한 활동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③ "신앙심이 흔들렸다" 스스로 고백한 종교관
법정에서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새롭게 나왔다. 피고인은 선고를 앞두고 "성인이 되고 나서 종교관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자기 검열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모든 모태 신앙인들이 비슷한 과정을 밟는 것 같다"고 밝혔다.
피고인은 '종교활동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을 방어하기 위해 이 같은 진술을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진술을 "(피고인이) 신실한 활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으로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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