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 출입문 앞에 국화꽃이 놓여있다. (사진=황현규 기자)[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70대 어머니와 함께 살던 40대 미혼 딸 3명이 서울 성북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극단적 선택의 이유로 지목되는 가운데, 두 딸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과 교류 없던 네 모녀
4일 경찰에 따르면 이들 모녀는 지난 2일 오후 이들이 살던 서울 성북구 다세대주택의 한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건물 공사를 위해 집을 방문한 리모델링 업체 직원이 집 밖까지 악취가 나자 경찰에 신고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네 모녀의 시신은 상당히 부패된 상태였다. 발견 이틀이 지난 이날도 냄새를 없애기 위해 건물 내 모든 복도 창문을 열어 놓은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정도를 보아 한참 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숨진 네 모녀 주변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 2장이 나왔다. 유서는 총 2장으로, 분량은 1장 반정도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망 동기가 적혀 있지 않다”며 “세상을 떠나겠다는 메세지가 전부”라고 밝혔다. 경찰은 유서 발견과 함께 외부 침입·타살 흔적이 없다는 점으로 보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녀는 주민들과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녀의 집 바로 앞 미용실에서 10년 째 근무하는 박모(74)씨는 “고인들을 잘 알지 못한다”며 “오며 가며 얼굴을 본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모녀가 주민들과 대화를 하거나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방세 월 100만원…액세서리 쇼핑몰 운영해
한편 고인 중 두 딸은 주얼리 액세서리 쇼핑몰을 운영 중이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성북구청에 따르면 첫째 딸과 셋째 딸이 공동 대표로 쇼핑몰을 운영했으며, 자택을 사무실로 썼다. 둘째 딸도 쥬얼리 관련 사업장에서 일하다 지난 7월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딸들이 운영했던 쇼핑몰의 수익을 파악 중이다.
성북구청에 따르면 모녀가 머물던 방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다. 구청 관계자는 “(다세대 내)다른 방은 원룸이거나 투룸인데 해당 집은 방 3개로 다른 집보다 넓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6년 이집으로 이사 온 후 공과금 등이 3개월 이상 밀린 적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3개월 동안 미납 시 구청에 알림이 온다”며 “네 모녀는 공과금은 물론 건강보험료 또한 3개월 이상 밀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3일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 출입문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경찰과 지자체는 이들이 갑작스럽게 경제 형편이 어려워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망 당시 집 우편함에서 신용정보회사의 채무 이행 통지서와 이자 지연 내역서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3개월 미납 시 구청에 알림이 오기 때문에 최근 1~2개월 동안 미납분이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70대 노모는 별다른 소득 없이 기초연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20~70% 노인에게 월 25만원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를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포함해 우울증을 앓아왔는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네 모녀의 채무, 수입 상황 등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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