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동물은? 동물의 가치 측정이 중요한 이유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동물은? 동물의 가치 측정이 중요한 이유

BBC News 코리아 2021-09-20 16:50:21 신고

인터넷 스타였던 그럼피 캣은 자신에게 수천만 달러 가치가 매겨지는 것에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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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였던 그럼피 캣은 자신에게 수천만 달러 가치가 매겨지는 것에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동물은 무엇일까? 이를 따져보다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리고 인간의 기발함과 우선 순위에 대한 통찰도 얻게 된다.

어느 날, 가축 경매장에 "빅 데이브"라는 이름의 오리가 나왔다. 경진대회에서 인정받은 '머스크비' 품종. 이 오리를 키운 그레이엄 힉스는 "빅 데이브는 아주 좋은 기질을 가진 오리"라며 "항상 몸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터키협회 '터키 클럽 UK'에서 온 제니스 호튼-웰리스도 "(빅 데이브는) 훌륭한 오리"라며 "그레이엄과 아주 친밀해 보였다"고 말했다.

힉스는 머지않아 축산업에서 은퇴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키우던 가축을 경매에 내놓았다. 당시 현장에선 해외의 축산업자들이 혈통의 잠재력을 보고 빅 데이브를 사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빅 데이브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경매가 시작됐다. 그런데 호튼-웰리스가 힉스에게도 알리지 않고, 빅 데이브 입찰에 나섰다. 그녀의 최초 입찰가는 1250달러(약 148만원). 경쟁이 붙어 입찰가는 계속 올라갔다. 호튼-웰리스는 "(최종 입찰가를 제시한 후) 경매장에 침묵이 감돌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결국 2070달러에 낙찰을 받았다. 오리 한 마리 가격으로는 놀라운 금액이었다.

호튼-웰리스는 낙찰 후 빅 데이브를 힉스에게 돌려줬다. 힉스를 위한 은퇴 선물이었다. 호튼-웰리스는 "우리는 감격에 겨워서, 서로를 붙잡고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날로 빅 데이브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오리가 됐다. 하지만 빅 데이브가 오리 중에는 가장 비싸다 해도, 훨씬 더 비싼 동물들도 많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동물은 무엇일까? 가치를 따지는 기준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우선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가격을 기준으로 동물의 순위를 매기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동물을 경제적 가치로 판단해야 하는가? 살아 숨쉬는 생물에게 가격을 붙여도 될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물은 항상 인간 경제 활동의 일부였다. 그리고 어떤 동물들은 다른 것보다 가치를 더 크게 평가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동물에 대해 살펴보면, 인간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축산업부터 시작해보자. 세상에는 약 10억 마리의 양이 있다. 대부분은 그렇게 가격이 비싸지 않다.

하지만 영국의 '더블 다이아몬드'라는 양은 다르다. 황금 털을 가진 것도 아니다. 유전학적 가치가 독특한데, 네덜란드의 섬에 기원을 둔 품종 '텍셀'의 표본이라고 한다.

2020년 말, 한 농부들이 컨소시엄을 맺어 이 양을 구입했다. 가축 경매에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화폐 단위인 '기니'를 기준으로 35만 기니. 환산하면 49만500달러(약 5억8300만원)에 달한다.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한 농부는 "양 한 마리 값으로는 터무니없는 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양의 유전자를 얻기 위해 값을 치른 것입니다."

더블 다이아몬드의 기록은 2021년 초 웨일즈에서 팔린 최고가 보더 콜리 품종의 양치기 개, 킴의 가격인 3만8900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하지만 소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홀스타인 품종의 암소, 미시는 2009년 120만달러에 거래됐다. 하지만 이 기록도 수소가 세운 기록에는 못 미친다. 2019년 SAV 아메리카 8018이라는 이름의 앵거스 황소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 고문에게 150만달러에 판매됐다. 이렇게 비싼 값의 근거는 황소의 정액이 비싸게 판매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에 참가했던 한 농업전문기자는 "기골은 장대했고, 커다란 발을 가지고 있었다"며 "역사에 기록될 만한 황소"라고 말했다.

애완동물

애완동물도 어마어마한 가치를 평가받은 사례가 있다.

애완동물의 "평균" 가격은 최근 더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영국의 강아지 중 일부 품종은 4160달러에 팔리기도 한다. 먹이와 병원비 등을 포함하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데 수만 달러가 들어가는 셈이다.

빅 스플래시라는 이 개는 중국 출신 구매자에게 기록적인 가격으로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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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스플래시라는 이 개는 중국 출신 구매자에게 기록적인 가격으로 거래됐다

강아지의 최고가 기록은 티베탄 마스티프 품종의 빅 스플래시다. 무려 10만위안, 약 155만달러에 상당한다. 이 품종의 강아지는 최근 중국에서 신분의 상징처럼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고양이는 어떨까? 영국에서는 사바나 고양이가 한 마리에 거의 2만달러까지 거래된 적이 있다. 기네스에는 고양이 경매 최고가 기록은 없다. 아직까지 빅 스플래시에 근접한 가격의 고양이가 사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기준을 달리한다면, 빅 스플래시에 필적할 만한 사례가 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지금까지 가장 부유했던 고양이는 블래키라는 고양이다. 이 고양이는 골동품상이었던 주인이 1988년 사망하고, 유산 970만달러를 상속받았다. 강아지 중에는 토비라는 강아지가 1931년 부동산 부자였던 주인 엘라 웬델로부터 1500만달러를 상속받았다.

하지만 수입을 따진다면, 인터넷 스타였던 그럼피 캣(실제 이름 타다 소스)을 빼놓을 수 없다. 추정에 따르면, 이 고양이는 죽기 전에 약 1억달러의 가치를 평가받았다. 음악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고양이 올리비아 벤슨도 비슷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경주용 동물

기네스북에 따르면, 경주용 동물은 기록이 쏟아지는 분야다.

동물의 무게로 따지면, 새가 무게 대비 단위 가치가 높았다. 2020년 말에 뉴 킴이라는 비둘기는 180만달러에 "슈퍼 듀퍼"라는 필명을 가진 중국의 익명의 입찰자에게 팔렸다. 세계 최고가 기록이다.

경주마에서 나온 기록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기네스에는 1985년에 1310만달러에 거래된 시애틀 댄서의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시애틀 댄서의 경력은 화려하지 않았다. 바이러스에 걸려서 겨우 다섯 번 경주에 출전했을 뿐이다.

이후 기록은 경신됐다. 예를 들어, 2000년 페가수스 후사이치는 6400만달러에 팔렸다. 이 말은 9개의 경주 중 6개를 우승하고, 주인은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페가수스 후사이치의 후손들은 질적인 면에서 기대에 못미쳤다.

켄터키 더비 경주에서 우승한 페가수스 후사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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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 더비 경주에서 우승한 페가수스 후사이치

야생동물의 "가치"도 평가할 수 있을까? 이 방법은 시장에서 동물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이 둘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10여 년간 과학자들은 생태계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시도를 해왔다. 음식이나 자원을 제공하는 것부터 탄소 포집, 식물의 수분, 레크리에이션이나 관광 같은 간접적 혜택 등의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다.

이렇게 나온 생물권 생태계 서비스의 총 가치는 연간 최대 145조달러. 예를 들어 작물을 수분시키는 곤충의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800억~5000억달러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에 이 주제와 관련된 논문 400여 편을 검토한 아넬리스 보에르마와 알래나 레벨로 팀에 따르면, 이 방식은 정밀하지도 않고 서로 모순되는 면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연의 가치를 매기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자연이 제공하는 심리적 행복과 같이 숫자로 따질 수 없는 요소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생태계와 생물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생태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게 해준다. 특히 경제적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더욱 그렇다.

레벨로는 "이 방식은 총체적인 관점에서 생태계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아무리 결함이 있어도 이 방식은 항상 유용할 것입니다.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생태계를 보존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죠."

2015년, BBC 어스는 자료를 모아 특정 동물의 가치가 계산된 리스트를 만들었다. 예컨대 관광을 위한 상어의 총 가치는 약 9억4000만달러고, 쇠똥구리가 쇠똥을 모으는 일은 3억8000만달러로 추정되며, 캐나다 북극곰은 63억달러로 평가됐다.

원칙적으로는 이 가치를 각 동물의 개체수로 나누는 계산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대략 1만6000마리의 캐나다 북극곰 한 마리당 약 40만달러의 가치를 갖게 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랄프 차미와 그의 동료들은 이런 접근법을 더 엄격하게 적용했다. 그들의 목표는 아프리카 숲 코끼리와 남아메리카 해안의 고래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숲 코끼리들의 탄소 포획은 백만 달러 가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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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숲 코끼리들의 탄소 포획은 백만 달러 가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몸집이 큰 동물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관광부터 짐을 옮기는 것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코끼리와 고래는 그들의 체내 보관과 먹이를 먹는 습관을 통해 탄소를 포획해준다.

차미와 동료들이 현재와 향후의 탄소 포획량을 따져보니, 코끼리 한 마리당 180만달러라는 가치가 나왔다. 밍크 고래의 경우 16만5000달러, 대왕고래는 400만달러. 대부분의 고래들은 약 200만달러 수준이었다.

차미와 동료들은 이러한 평가가 동물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자연기금(WWF)과 같은 자선단체들도 기부를 장려하기 위해 카리스마 넘치는 거대 동물에 대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사용하곤 한다. "대중들에게 코끼리가 탄소 포획에 기여한다는 점을 교육시키고, 사람들에게 코끼리와 그 서식지를 보존하는 데 동참하자고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코끼리나 고래의 화폐적 가치는 밀렵꾼이나 불법 포경선 등에 대한 벌금과 처벌을 정할 때도 사용될 수 있다. 코끼리의 상아는 암시장에서 약 2만달러에 거래되는데, 차미와 동료들의 평가한 가치는 훨씬 더 크다. 이들은 한 선박이 브라질 해안에서 흰긴수염고래를 배로 치어서 죽게 했다면, 그 고래의 가치만큼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코끼리와 고래가 자연에서 가장 "가치 있는" 동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자연계를 완벽하게 설명하지 않는 한, 인간은 이 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설명이 가능하다 해도, 숫자를 비교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저 마다 계산 방식이 다르고, 생태계의 모든 활동이 고려되는 것도 아니며, 생태계에서 동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는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선박이 흰긴수염고래를 부딪혀 죽게 한다면, 생태계에 고래가 기여하는 활동의 가치만큼 벌금을 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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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선박이 흰긴수염고래를 부딪혀 죽게 한다면, 생태계에 고래가 기여하는 활동의 가치만큼 벌금을 내야 할까?

가장 비싼 동물에 대한 간단한 답은 없다. 시장 가격으로 따진다면 아마도 경주마가 가장 비쌀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다른 방식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거나 구매 자체가 불가능한 동물들도 있다.

그리고 자이언트 판다 역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 동물이 경제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동물이 될 수도 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판다는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동물 중 가장 비싼 동물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그 가치는 더욱 클 수 있다.

판다는 모두 중국이 소유하고 있다. 동물원에 판다를 데려오려면 연간 최대 100만달러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야생에서 포획된 판다가 약 20년을 산다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인 셈이다. 그리고 새끼가 태어나면 60만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희귀성과 문화적 가치, 보존을 위한 투자, 그리고 수억 달러 규모의 무역 협상에서 등장하는 "판다 외교"를 고려하면, 판다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자이언트 판다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동물이 될 수 있을까? 중국에게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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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판다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동물이 될 수 있을까? 중국에게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자이언트 판다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동물이 될 수 있을까? 중국에게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Credit: Tim Sloan/Getty Images)

세상에는 아주 가치가 높은 동물들이 많다. 판다와 코끼리, 고래, 개, 고양이, 경주마 등의 기록을 따져보면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분명 가장 비싼 동물은 아니지만, 빅 데이브도 빠질 수 없다. 빅 데이브의 주인 힉스에게는 가격은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빅 데이브는 "매우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참고: 기사에 사용된 화폐 가치는 기사 작성 시점의 환율에 따랐고,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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