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도 좋고 맛도 좋고 지구에도 좋은 음식?

몸에도 좋고 맛도 좋고 지구에도 좋은 음식?

코스모폴리탄 2021-04-08 10:00:00 신고


임파서블 푸드의 개발자에게 극찬받은, 지구인컴퍼니의 식물성 고기 제품 ‘언리미트’ 4종. 모두 단백질 함량은 높은 데 비해 콜레스테롤과 트랜스 지방은 0g이다.

임파서블 푸드의 개발자에게 극찬받은, 지구인컴퍼니의 식물성 고기 제품 ‘언리미트’ 4종. 모두 단백질 함량은 높은 데 비해 콜레스테롤과 트랜스 지방은 0g이다.

‘못생긴 농산물’ 재고를 소비하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를 만들게 됐다고요. 농산물이 생산돼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생략된 과정이 많다는 뜻이죠.
예전에는 집 근처에 작은 마트나 공판장 같은 것이 많았잖아요. 못생긴 농산물도 다 그곳을 통해 저렴하게 팔렸었죠. 그런데 한 10년 새에 고급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품질 규정이라는 게 생기기 시작하면서 농산물 팔기가 까다로워졌어요. 대형 마트에 가면 오이랑 호박이랑 다 일률적인 길이와 모양으로 매대에 진열돼 있죠. 포도는 송이가 너무 작거나 큰 것들, 알갱이가 너무 많이 떨어져 듬성듬성해 보이는 것들을 솎아내고요. 귤 같은 경우 껍질에 거뭇거뭇한 게 많이 생겼거나 당도가 10브릭스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들이 ‘못생긴 농산물’이 돼요.


예전부터 절약하는 게 습관이었다던데, 그런 점이 지금 언리미트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나요?
재활용에 굉장히 익숙했고 그게 딱히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집에서 우유팩이나 구멍 뚫린 양말로 뭔가를 사부작사부작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그랬거든요. 요즘 말로 ‘업사이클’이죠. 지금도 속옷이랑 청바지는 수선해가며 10년 넘게 입어요.


예전에 〈다이닝 서울〉이라는 책에 저자로 참여했더라고요. 건강이 나빠진 것을 계기로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소개돼 있어요. 그때는 성함이 달랐던데요?
잡지 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크게 아팠어요. 그때 어머니가 점을 보러 갔다가 제 이름이 단명할 이름이라는 얘기를 듣고 개명을 신청하셨을 정도로요. 그 뒤로 식습관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관심사가 많이 바뀌었어요. 저는 아직 맛있는 비건 음식을 만나지 못했고, 여전히 고기를 먹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평소 새로운 무언가가 생기면, 특히나 가치 있는 철학으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라면 꼭 시도해보는 편이죠. 내 생활과 내 몸 혹은 정신이 나아질 수 있는 시도에 열려 있는 거예요. ‘비거니즘을 해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비거니즘 라이프스타일의 가치가 좋아요.


스타벅스나 버거킹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에서도 비건 옵션이 가능한 메뉴를 내놓고 있어요. 그만큼 비거니즘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죠. ‘언리미트’를 어떻게 소구하고 싶은가요?
맛있는 음식인데 알고 보니 비건이라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도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먹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 팀에도 방은희 디자이너라고, 비건을 실천하는 분이 계셔요. 늘 비건 젤리나 비건 초콜릿 같은 간식거리를 가져오시는데 저도 옆에서 같이 먹다 보면 맛있는 것을 발견하거든요.


종종 비거니즘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대체 고기, 대체 젤리라는 접근 방식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죠.
대체 고기 혹은 ‘가짜 고기’ 같은 구별이 불편해요. 몇 년 전에 국내 유제품 회사가 해외 비건 치즈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려던 적이 있었는데 낙농협회에서 난리가 났어요. 어떻게 유제품을 파는 회사에서 식물성 치즈를 판매하느냐고요. 이건 진짜 치즈가 아니니까 ‘가짜 치즈’라고 이름 붙이라 우긴 거죠. 실제 동물성 치즈랑 맛도 생김새도 비슷한데 식물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짜’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까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짝퉁’ 느낌이 나잖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대체 우유’, 즉 두유나 아몬드 밀크 등이 나온 뒤로 우유 소비량이 감소했느냐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전체 우유 중에서 비건 우유가 13%의 분량을 차지하는데, 아예 그냥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고들 보고 있어요.


대체육을 만들면서 축산업계에서 “밥그릇 빼앗아 간다”라는 이야기 많이 들었겠네요.
네. 그런데 지구인컴퍼니에서는 소비자들에게 “고기 대신 이 식물성 고기를 드세요”라고 마케팅하지 않아요. 꼭 먹고 싶다면 고기를 먹고, 식물성 고기는 식물성 고기대로 즐겼으면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몸이 좀 좋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먹고 싶은데 또 고기 맛은 포기 못 하겠을 때요.


식물성 고기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면서 고기나 채식에 대해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 있나요?
〈더 게임 체인저스〉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고 사고의 전환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기를 먹는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로마 시대 전사들의 주요 식단이 콩과 보리였대요. 피로감을 줄이고 회복 탄력성이 좋아지는 것 외에도, 근육을 만드는 데 단백질보다 양질의 탄수화물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고기 외에 다른 식물성 제품도 준비 중인가요?
최근에 비건 모차렐라와 체더치즈 개발을 끝냈고 4~5월이면 소시지 제품 개발이 끝날 것 같아요.


언리미트 같은 비건 식품 브랜드들이 결국 비건 옵션의 다양화와 비거니즘 확산에 기여하고 있죠. 개인적인 실천만큼 사회적인 제도나 기업의 새로운 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해외에서는 10년 가까이 벌크 숍이나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숍이 점진적으로 발달한 걸로 기억해요. 작은 플리마켓에서 시작해 로컬 브랜드가 생기고, 그게 도시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니까 타이슨 푸드나 네슬레 같은 대기업도 움직이는 거죠. ‘비거니즘이 대세니까’, ‘요새 뜨는 거니까 한 번쯤 해봐야 하지 않아?’라는 접근보다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부터 시작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제도가 되는 순서로 차근차근 확장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톱다운’이 아니라 ‘바텀업’이죠. 비거니즘은 식문화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몸에 걸치고 사용하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일이잖아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확장해가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비거니즘은 ‘맛없다’는 편견부터 깨야 할 텐데요.
최근 접한 말 중에 가장 와닿았던 표현이 ‘기후 미식’이에요. 비건식에 대해 ‘건강한 맛’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하는데 와닿지 않는 표현이잖아요. 환경적으로 탄소 저감이 가능하면서도 맛있는 식사를 포기하지 않게 해야죠.




Who?
지구인컴퍼니 민금채 대표 오후 시간마다 팀원의 비건 젤리를 종종 훔쳐 먹는(?) 플렉시테리언. 뭘 잘 버리는 법이 없고 쉽게 사지도 않는 성격이지만, 몸과 마음과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라면 언제든 새로운 시도를 할 준비가 돼 있다.




editor 김예린 freelancer editor 이소미 photo by 윤지용 stylist 엄아름 hair 박수정/ 오종오 makeup 이아영/ 조혜민 art designer 김지은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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