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직원이 공금 14억원을 빼돌렸다"는 소식은 엄청난 화제였다. 횡령 금액 자체도 컸지만, 해당 직원 A(44)씨가 빼돌린 돈으로 크게 '한탕'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A씨는 14억원을 전부 선물⋅옵션에 투자했는데, 그 결과 원금을 훌쩍 넘기는 수익을 올려버렸다.
웬만큼 간 큰 사람이 아니고선 하지 못할 일이었다. 이 일로 A씨는 직장에서 쫓겨났지만, 그래도 돈 걱정 할 필요는 없었다. 범죄에 기반한 막대한 수익 덕분이었다. 당시 A씨는 빼돌린 14억원도 전부 채워 넣었고, 제 발로 경찰에 자수하는 대범함도 보여줬다.
이런 소식에 "빼돌린 돈만 갚으면, 나머지 수익금은 전부 가지게 되는 게 진짜냐"는 반응이 나왔다. 정말로 그런 건지 변호사들과 따져봤다.
변호사들은 "다소 부당해 보일 수 있지만, 법적으로 A씨의 초과 수익금은 회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 변호사에 따르면 캠코가 A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민법상 ①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②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이다.
하지만 서명기 변호사는 "해당 방법을 모두 고려해봐도, A씨의 수익금은 반환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A씨가 저지른 범죄는 '횡령'인데, A씨 해당 불법행위로 얻은 돈은 '14억원'이 전부이기 때문에 그 이상을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부당이득' 측면에서 고려해봐도 마찬가지였다. 민법상 '부당이득'(제741조)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을 얻어 손해를 준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데 A씨가 부당하게 얻은 돈은 14억원이 전부고, 캠코의 손해 역시 14억원으로 이미 전액 배상됐다.
종합했을 때 '변호사박생환법률사무소'의 박생환 변호사 역시 "A씨가 수익금까지 갚아야 할 의무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변호사들의 자문을 종합해보면, "회사 자금 14억원을 빼앗겼다가 돌려받은 캠코 입장에서 '14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형사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범죄수익은닉법상 검찰에 부여한 몰수 또는 추징 제도를 활용하면 회사 돈을 빼돌려 만든 14억원의 종잣돈으로 만들어낸 '초과 수익금'을 국고로 환수할 방법이 있긴 하다.
이 법에 따르면 '범죄수익' 뿐 아니라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까지도 환수할 여지가 있다. 제8조에서 규정한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란 "범죄수익의 과실(果實)로 얻은 재산, 범죄수익의 대가(對價)로 얻은 재산 및 이들 재산의 대가로 얻은 재산, 그 밖에 범죄수익의 보유 또는 처분에 의하여 얻은 재산"을 말한다.
범죄로 확보한 14억원을 지렛대 삼아 초과 수익을 얻었다면, 이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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