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 후 시청역→용산역→이수역 저녁 둘러보니

[르포] 코로나19 후 시청역→용산역→이수역 저녁 둘러보니

아이뉴스24 2020-03-01 14:00:01 신고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저녁 풍경도 바뀌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연이어 재택근무를 단행하며 서울 도심은 한산해졌고, 극장은 물론 맛집마저 텅텅 빈 저녁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시청역 앞 프레스센터 인근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퇴근길 발걸음을 옮기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눈에 띄었지만, 그 수는 과거 대비 확연히 적었다.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1호선 열차에도 한 사람이 불편함 없이 서 있을 만큼 넓직한 공간이었다.

한산함이 느껴지는 저녁 서울 시청역 인근. [사진=아이뉴스24 DB]

교통 요지에 자리 잡고 있고, 우수한 상영 시설을 갖추고 있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용산역 아이파크몰 6층 CGV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달성하며 영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1917', '작은 아씨들' 등 흥행이 예상되던 작품들이 개봉한 상태임에도 인적은 드물었다.

CGV 매장 인근 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던 A 씨(24·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만 해도 손님이 많이 줄어들진 않았었지만,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 대거 감염 이후 8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지금 상태가 최근의 평균적인 모습"이라며 텅 빈 매장을 둘러봤다.

퇴근길 발걸음을 옮겨 서울 4호선 이수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방배동 카페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곳은 인근에 대규모 주택가가 자리 잡고 있어 직장·가족 단위 외식 인파가 항상 어느 정도는 들어차는 식당들이 밀집한 거리다. 하지만 식당 대부분은 자리가 비어 있었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아 생소한 느낌을 자아냈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B 씨(56·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손님 발걸음이 완전히 끊긴 상태"라며 "당장은 임대료가 걱정이지만, 사태가 길어지고 있어 더 오랫동안 이 같은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암담하다"고 호소했다.

이수역과 맞닿아 있고, 방배동 카페거리와 약 800m 정도 떨어져 있는 태평백화점 뒤 맛집 거리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비교적 젊은 유동인구가 많고, 포장마차들이 자리잡고 있어 방배동 카페거리와 비교하면 한적한 모습은 덜했지만 한 가게에 자리를 잡고 저녁 시간을 즐기는 인파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크게 줄어들어 있었다.

길거리를 거니는 행인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한 노인이 횡단보도에서 크게 재채기를 하자 이를 의식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두는 일도 있었다. 특히 한 시민은 방독면과 유사한 구조의 대형 마스크를 끼고 있어 주변의 눈길을 끌었다.

이수역 거리에서 타로카드 점집을 운영하고 있는 C 씨(44·여)는 "오랜 시간 동안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업이 아예 안 된다고 보면 된다"며 "같은 공간에 잠시만 있었는데도 감염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데 누가 점을 보러 오겠는가"라며 한숨을 지었다.

방배동 카페거리는 평소보다 인적이 드문 모습을 보였다. [사진=이현석기자]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이 같은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자영업자들의 연쇄 도산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지원책 등 외에도 실질적인 시장 상황 개선을 위해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를 정리하기 위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임대료 인하, 금융지원 확대, 세 부담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발표해 단기에 자영업자가 무너지는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일시적 손실에 대한 지원책일 뿐 하루 빨리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결국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근본적인 상황 해결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돼야 한다"며 "신천지 교인 등 주요 질병 전파원에 대해 더욱 공격적인 정책이 펼쳐질 것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임대료 인하는 물론 금융·세제 차원에서의 총력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담았고, 대구·경북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지역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보증 한도를 폐지하고 1천200억 원 규모의 특별지원금도 편성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내수·생산·수출·소비 모두 타격을 입고 있다"며 "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해 2차 1조6천800억 원, 향후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켜 3차 1조2천200억 원을 마련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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