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관심 끝에 FA 계약을 마친 허경민·최주환·오재일. 각 구단 제공
2021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예상보다 뜨겁다. 왜 그럴까.
FA 권리 행사를 신청한 16명 가운데 6명의 FA가 계약을 체결(14일 기준)했다. 최대어 허경민이 원소속 구단 두산과 7년 최대 85억원에 계약했다. 4년 65억원을 보장하고, 이후 3년 계약은 선수가 20억원의 옵션 조항을 갖는다. 최주환은 4년 최대 42억원의 FA 계약으로 두산을 떠나 SK로 옮겼다. 14일에는 오재일이 4년 최대 50억원에 삼성으로 이적했고, 최형우는 원소속 구단 KIA와 3년 최대 47억원에 재계약했다.
A 구단 운영팀장은 "이들 모두 내 예상보다 10억 원 이상 더 받은 것 같다"라고 했다. B 구단 고위 관계자도 "생각보다 많이 받았다"라고 했다.
FA 계약은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경쟁이 붙으면 몸값은 오르기 마련이다. 허경민과 최형우, 오재일, 최주환 등 최소 2개 구단 이상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최초 제시액과 비교해 총액 앞자리가 바뀐 선수도 있다.
올겨울 FA 시장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한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됐다. 모든 구단의 2020년 관중 및 마케팅 수익이 전년 대비 크게 떨어졌고, 모그룹의 지원도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구단들도 "오버 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시장 반응은 예상과 다르다. C 에이전트는 "생각보다 코로나19 영향이 덜 미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구단 재정이 어려워진 건 분명한데, FA 시장이 뜨거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FA는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다. B 구단 고위 관계자는 "오재일을 영입한 삼성(정규시즌 8위)과 최주환을 데려온 SK(9위)는 모처럼 외부 FA를 영입했다. 그룹 고위층이 바뀌었거나, 기존 수뇌부의 자리보전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래서 더 과감하게 베팅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A 운영팀장은 "지난해 8~10위 팀들의 모그룹이 올해 성적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결국 꼭 필요한 단기 처방(FA 영입)을 한 것 같다"라고 했다.
'두산 출신 야수 FA'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양의지(NC)와 김현수(LG), 민병헌(롯데) 등 두산 출신 FA는 새롭게 둥지를 튼 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A 운영팀장은 "두산 출신의 젊은 FA라는 점이 좋은 계약을 따낸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단장들끼리 일종의 '담합'도 깨지고 있다. C 에이전트는 "지난해까지 단장들이 FA 협상 때 타 구단에 영입 의사를 묻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몇 년간 FA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였고, 이에 구단들은 "몸값 거품을 빼자"는 공감대 속에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정보 교류가 활발해지면 FA 몸값은 내려간다.
지난해 겨울 수도권 구단 D 단장은 지방의 E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E 구단에서 뛴 FA 영입을 하려고 한다"고 알렸다고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원소속 E 구단 단장은 부랴부랴 몸값을 올려 제안해 FA를 잔류시킨 바 있다. C 에이전트는 "올해는 단장들의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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