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가 한국산 가전제품의 수입 금지를 지시했지만 우리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로 인해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지난 2018년 이후 철수했고, 이후 양국 교역 규모가 크지 않은 탓이다.
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현지 시간) 이란인터내셔널 등 현지 매체들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5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등에게 "한국산 가전제품의 수입을 차단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삼'(SAM), '지플러스'(Gplus) 등 자국 기업을 육성 중인 가운데, 한국 제품이 수입될 경우 국산 가전 산업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 이상으로, 중동에서 가장 큰 가전제품 시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미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한국 가전제품 기업들이 이미 철수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중동 지역 매출 등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이란 교역규모는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다, 2018년 8월7일부터 대이란 주요 수출품목인 석유제품,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 철강 등이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품목에 포함되자 급격히 감소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가전 회사는 한국에서 수입한 주요 부품과 이란에서 생산된 부품을 일부 사용해 이란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란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해 왔는데 경제제재로 원화 결제계좌 운용이 중단되고 한국에서 부품을 수입할 수 있는 물류까지 막히자 이후 귀국길에 올랐다.
여기에 한국-이란 간 해운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대이란 수출 가능 품목은 현재 인도적 물품 중 항공 운송을 통한 것으로 범위가 극히 제한된 상태다.
이에 따라 양국 간 교역규모는 지속 감소해서 한국무역협회 통계 기준으로 2018년 22억9478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8634만 달러까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도 8월 누적 기준 1억1688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경제 제재 이후에도 중동 지역 등 제3국을 거쳐 우리 기업의 제품이나 부품이 현지에 수출되고 있으나, 가전 업체들은 이마저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가전제품 판매량이 일부 감소하겠지만,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란 제재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기업과는 거래가 거의 없다시피했다"면서 "매출에 영향을 줄만한 상황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언론 보도는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을 활용해 가전제품을 수입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이란이 원유 수출 대금을 처리하기 위해 이한국에 개설한 계좌가 미국의 제재로 동결된 상태인데, 이를 가전제품으로 계상하는 것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은 70억 달러(약 8조3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에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이란 시장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란은 수입 금지 명령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재진출에 어깃장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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