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24일 명시적으로 청와대에 반기를 들었다. 4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감사위원 공석 사태의 책임이 청와대에 있다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이다.
최 감사원장은 청와대가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의 임명을 거부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묻는 여당 국회의원의 질문에 "중립적 감사위원 제청은 제 헌법상 책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추천한 김 전 차관을 '중립적이지 않은 인사'로 규정하고, 청와대 뜻에 따르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받았다. 문제의 발언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백 의원은 "4개월째 공석인 감사위원 제청이 늦어지는 것은 감사원장의 지나친 인사권 제약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최 감사원장은 "감사원의 정치적인 중립이나 직무상 독립성과 관련해서 감사원의 여러 중요한 결정은 위원회서 이뤄진다"며 "위원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제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헌법상 감사원장의 제청에 의해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은 어떤 의미에서는 감사원장에게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제청하라는 헌법상 주어진 책무"라며 "그래서 제게 맡겨진 책무를 다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위원 공석 사태가 4개월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건,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장의 권한 때문이다.
헌법 제98조 제3항은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그 전에 감사원장의 제청이 필요하다. 문언대로 해석하면 감사원장의 제청이 없는 한,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감사위원을 임명할 수 없다.
이런 해석이 타당한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선례를 남긴 바 있다. 헌재는 지난 1998년 감사원장의 임명에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지를 검토했다. 제98조 제2항에 대해서다. 이 조항은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의 임명권에 국회 동의라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국회의 동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판단했다. 이 헌재 결정례에 따를 경우, 같은 구조인 제98조 제3항("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역시 '감사원장의 제청'을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볼 여지가 크다.
결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감사원장의 '제청권' 덕분에, 제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감사위원 임명을 강행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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